애초에 평범한 빵집일 수가 없었다. 새벽 1시, 모두가 포기한 시각에 빵집에서 발견된 영상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홍명보 감독의 임명 절차가 적법했는지 묻는 자리에서 한 의원이 던진 질문은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이임생 시술총괄 의사 등 문제의 인물들에 대한 질의응답이 끝난 후 홍명보 차례가 돌아왔다. 이날 홍명보에게 쏟아진 질문들은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버스포의 다비드 바그너 감독과의 심층면접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것이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해당 논란과 관련된 질의가 주를 이뤘다.
그런데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만반의 준비를 마친 듯했으나, 갑자기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이기현 의원이 이임생 이사와 홍명보 감독에게 던진 하나의 질문 때문이었다.
둘 사이에 어떻게 면접이 이뤄졌고 그 과정이 어땠는지 묻던 중, 이 의원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장소 자체에 집착하며 이 부분을 집요하게 캐묻기 시작했다. 이에 이임생 이사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면접 장소가 축구협회 회관이나 다른 공식적인 장소가 아닌, 홍명보 감독 자택 근방에 위치한 빵집이라고 답한 것이다. 말실수인지 진담인지는 모르겠으나, 면접 장소가 빵집이라는 것은 여러 면에서 이치에 맞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면접이 이뤄지는 곳은 보안상의 이유로 폐쇄적인 장소여야 하며, 특히 두 사람이 밤늦게 만났다는 정황상 면접이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점을 놓치지 않았던 이 의원은 “이때다” 하고 보란 듯이 반격에 나섰다. 홍명보 자택은 판교 인근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근처에 밤 11시까지 영업하는 빵집은 없다는 것이다. 분당구의 빵집들은 9시 정도면 대부분 문을 닫으며, 실제로 이 시간대면 그날 구운 빵 재고가 거의 소진되어 떨이 제품을 모두 팔고도 남을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당황한 이임생 이사는 진땀을 흘리며 쩔쩔매다가, 솔직히 말해 홍 감독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로 밤늦게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다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순간, 청문회 의도와 맞지 않는 질문으로 보였던 탓에 기자들 사이에서는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고, 일부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 의원의 집요한 심문은 계속되었다. 그는 이임생 이사가 답변을 급조한 듯 보이자 질문의 화살을 홍명보에게 돌린 뒤, “그렇다면 그 빵집 이름이 무엇인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홍 감독 역시 당황을 숨기지 못하며 “여기서 대답해도 되는 것이라면 말씀드리겠다”라고 말을 돌리며, 집 근처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빵집에서 면접을 진행한 것 말고는 특별히 먹은 것은 없다는 등의 말을 하며 결국 빵집 상호명을 공개해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분노에 차 있던 네티즌들에게 홍명보가 정말 그 빵집을 방문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해당 가게의 SNS 및 포털사이트 리뷰 페이지에 몰려가 무차별 악플을 달며 영업 방해를 불사했다. 현재 리뷰 게시판에는 “명보 인생 추천 맛집이네요”, “청문회 때문에 빵집이 유명해졌는데, 홍명바게트빵, 이임생 크림빵 같은 상품도 출시하면 어떨까요?”, “여기가 그 유명한 홍명보 이임생 카르텔 비밀 기지인가” 등의 댓글을 남기며 평점 테러를 이어갔다.
해당 가게가 축구협회 사안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기에 일부 누리꾼들의 도를 넘는 행동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건 아니다” 싶었던 네티즌들이 “사장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별점 테러하는 사람들은 자중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요새 자영업자들이 어렵다고 들었는데 이런 짓을 하면 오히려 현안을 퇴색시키는 것”이라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덧붙여 “한국 축구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면접 과정을 빵집에서 진행한 것이야말로 빵에 보낼 일”이라며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인들의 특성상 궁금증이 생기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법이라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성지순례 장소를 방문하겠다며 직접 문제의 빵집을 찾아가 인증샷을 남기는 기행을 보였는데, 빵집 인근을 조사하던 몇몇 네티즌들은 뜻밖의 장면을 목격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의원의 질의에는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밤늦은 시간에 두 사람이 만났다는 점도 이상했지만, 명색이 면접인데 성인 남자 두 명 외에 동행자가 없었다는 점도 의아했다. 만약 빵집이 문을 닫은 시간이었다면, 그들이 다른 어딘가를 방문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야심한 밤 성인 남성 두 명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라면 술과 관련된 장소일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이 의원의 질문은 “두 사람이 빵집에서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정말로 면접 장소가 빵집이 맞느냐”에 맞춰져 있었다.
국가 규모의 정보력을 갖춘 국회의원이 쓸데없는 말을 했을 리는 없었고, 이 의원은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떠보는 목적의 질문을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방문한 문제의 빵집은 유흥과 전혀 관련이 없는 평화로운 장소였다. 주변은 마치 성북동처럼 높은 담장이 있는 단독주택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실제로 이 지역은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는 판교의 대표적 부촌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번화가가 밀집한 지역이 나타나고, 이곳에는 공개적인 장소보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비밀스러운 룸싸롱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축구협회 비리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유명 인사가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는데 목격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요약하자면, 그들이 실제 만남을 가진 곳은 프라이버시가 100% 보장되는 VIP들만을 위한 비밀 장소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들은 면접을 한 것은 맞지만,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고, 이후 행적에 대한 진술도 없었던 점은 의혹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놀라운 건 이러한 가설들이 꽤나 신빙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홍명보는 선수 시절부터 감독에 대한 잦은 항명 사태와 룸살롱 파동으로 여러 번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벨기에에게 0-1로 패하며 일찍 탈락한 대표팀은 다음 날 현지 음식점에서 거하게 회식을 가졌다. 이날 회식에서는 각 테이블마다 술병이 놓여 있었고, 현지 여성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대표팀 스태프와 선수들이 한 명씩 나와 해당 여성과 춤을 추는 추태가 벌어졌다. 이 장면들은 현지 브라질인들에 의해 촬영돼 국내로 유출됐고, 당시 이제 막 성인이 된 손흥민은 그 모습을 눈으로 보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