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결전을 앞두고 오만 무스카트에 도착했습니다. 첫 경기를 무전술 축구로 망치면서 오만 원정에서도 유럽파 선수들은 풀타임 혹사를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만약 부상을 당하면 소속팀에서 입지가 축소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주전 자리에서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한 일본 기자는 한국 대표팀이 전세기를 타지 않고 오만으로 직행하지 않은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면 일본 대표팀은 바레인으로 이동하면서 전세기를 이용해 시간을 절약하고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세기 비용은 연회비가 약 7억 원이며, 1회 이용 시 시간당 2,800만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들과 비슷한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았지만, 축협의 예산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전세기 이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축협은 팔레스타인전부터 티켓 가격을 인상했는데, 그 많은 관중 수입은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수입은 늘었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전세기를 타지 못하고 공항에서 시간을 허비하며 체력 회복을 못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10월 10일 요르단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전세기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축협은 4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A380 비행기로 응원단을 보내고, 원정에서 돌아올 때는 대표팀도 함께 태워 이라크와의 홈 경기를 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이 모든 원정 경기에서 전세기로 체력을 비축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홍명보호는 9월 10일 한국 시간 밤 10시에 오만과 월드컵 최종 예선을 치릅니다. 오만 무스카트 국제공항에 도착한 대표팀을 많은 교민들이 나와 환영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입국장으로 바쁘게 향하는 동안 김민재는 홀로 남아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홍명보가 나타나자, 김민재를 둘러싼 교민들이 홍명보에게 몰려갔습니다. 오만 교민들은 홍명보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환영했습니다. 김민재는 홍명보를 한번 쓱 보더니 고개를 돌려 재빠르게 걸어갔습니다. 홍명보는 땀 흘려 뛰며 고생하는 선수들보다 더 환대를 받는 모습이었고, 대표팀의 주인공처럼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김민재가 재빠르게 걸어가자 카메라도 그를 따라갔고, 선수들보다 더 주목받는 홍명보와 급히 자리를 피하는 김민재의 모습은 현지 카메라에도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한국은 오만과 최근 5경기에서 4승 1패로 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3년 10월, 한국은 오만에 1대 3으로 패하며 ‘오만 쇼크’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이 패배로 당시 코엘류 감독은 몇 달 뒤 경질됐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중동 원정 경험이 전무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19경기를 치렀지만, 단 한 번도 중동 팀과 맞붙지 않았습니다. 울산 현대 시절에도 3번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섰지만, 중동 팀과의 대결은 없었습니다. 이번 팔레스타인과의 경기가 홍명보 감독의 A대표팀 첫 중동전이었던 것입니다. 2012년 올림픽 대표팀 감독 시절, 오만 원정에서 3대 0으로 승리하며 런던 올림픽행을 확정했던 경험이 있을 뿐입니다. 만약 오만이 선제골을 넣고 침대 축구를 펼친다면,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홍명보 감독은 유럽파 선수들이 소속팀 경기 후 곧바로 소집돼 체력적으로 버거운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홈에서 치른 첫 경기 당시 선수들 체력을 고려한 전술이 없었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이재성 등 유럽에서 돌아온 선수들이 시차 적응과 체력 문제를 겪을 것을 알았다면 미리 그에 맞는 전술로 대비했어야 했지만, 홍명보 감독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5일 첫 경기 후, 6일 밤 인천공항에 모여 7일 새벽 비행기로 카타르 도하로 이동해 오만행 비행기로 환승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오만까지 직항으로도 20시간 5분이 넘게 걸립니다. 월드클래스 선수라 해도 유럽에서 경기를 치르자마자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풀타임을 소화하고 다시 20시간을 날아가 경기를 치르는 것은 재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명보 감독은 첫 경기에서 거의 100분에 가까운 긴 시간을 풀타임으로 소화하게 했습니다. 뛰어난 명장이었다면 몇몇 선수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전술적 역량을 발휘했을 것입니다. 홍명보 감독은 오만전을 앞둔 인터뷰에서, 오만 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대한 질문을 받자 “경기 전날 공식 훈련이 있어야만 알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만약 잔디 상태가 불안정하다면 이에 대비한 전술을 짜야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당장 알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과르디올라나 무리뉴 같은 유럽 명장들이 리그 한 경기를 위해서라도 경기장 잔디를 교체하도록 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실제로 무리뉴는 레알 마드리드 감독 시절, 경기 48시간을 앞두고 잔디 전체를 교체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잔디의 상태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그런 문제를 알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팔레스타인전에서도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홍명보 감독은 패스 위주의 경기를 고집했고, 결국 충격적인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패스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연계가 좋은 주민규보다는 헤더가 좋은 오세훈을 선발로 세워, 이강인의 크로스를 통한 득점을 노렸어야 했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또한, 오만전 주심이 과거 악연이 깊은 중국 심판으로 배정되었는데도, 홍명보 감독은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이번 오만전을 맡은 중국의 마닝 주심은 1월 아시안컵 당시 한국 팀에게 경고를 남발했던 인물입니다. 만약 홍명보 감독이 오만에게 패배한다면, 그는 조기 경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