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니가 나에게 화내는건 처음이였어..” 하기싫다고 투정부리던 비카리오이 손흥민의 호통에 바로 경기를 뛰게 된 이유

머리를 다친 비카리오가 경기장에 주저앉았고 이를 우려 섞인 눈길로 지켜보는 의료진은 교체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비카리오가 이를 거절하자 손흥민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손흥민이 영국 현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인 이유는 그것이 단지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당장 호날두 같은 선수도 한때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며 엄청난 기록을 쌓은 뒤 발롱도르라는 영예까지 거머쥐긴 했지만, 그 당시 호날두는 현지 팬들에게 오만하고 버릇없는 선수로 불리며 가장 비호감을 샀던 인물 중 하나였는데요. 게다가 나중에 와서 맨유에 다시 복귀한 이후에도 에버튼 꼬마의 손바닥을 패대기치며 다시 한번 구설수에 올랐으니,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그에 걸맞은 품위가 없으면 결국 팬들은 돌아서기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손흥민은 가장 호감을 사는 선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8년간의 활약상으로 실력이 입증되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고, 최정상의 위치에 있음에도 항상 겸손한 자세로 팬들과 언론을 대했고, 무엇보다 다른 선수들이 돈에 팔려 사우디로 향할 때 그들의 엄청난 계약금을 거절한 첫 번째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최근 손흥민이 리그에서 보여준 역대급 퍼포먼스는 토트넘 팬들뿐만 아니라 중립 팬들조차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었는데요.

아시안컵에서 충격 탈락을 하고 하극상 사건까지 벌어진 뒤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까지 하며 국내 팬들은 물론이고 영국 팬들조차 충격에 빠뜨렸었습니다. 물론 손흥민의 은퇴 암시 발언은 어디까지나 축구협회 개혁을 촉구하는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었으나, 이와 별개로 손흥민이 한동안 굉장히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가대표에서 복귀하자마자 연이어 공격 포인트를 쌓아나가고 있는 손흥민의 활약상에 영국 현지 팬들은 흐뭇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요.

교체 투입되자마자 96분 브라이튼전에서 결승골 어시스트를 올렸고,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는 쐐기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챔스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했던 이번 아스톤 빌라 전에서는 1골과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팰리스전에 이어 2연속 경기 MVP에 선정되었는데요. 손흥민의 이타적인 플레이도, 대포알 같은 슈팅도 팬들을 매료시켰지만, 현지 팬들이 이 경기에서 손흥민의 또 다른 모습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팀을 이끄는 주장으로서 보여준 리더십과 품격이었는데요. 토트넘에서 첫 시즌을 보냈던 영입생들은 항상 입을 모아 영국 런던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가장 많이 도와줬던 것이 손흥민이라고 얘기하고는 했습니다. 그만큼 외국인 용병들에게 손흥민이라는 존재는 팀에서 가장 의지가 되는 인물이었고, 이제 주장 완장까지 단 이후로 손흥민은 더욱 팀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가고 있었는데요. 그리고 최근 부진한 골 결정력으로 비난을 받으며 기가 죽어 있던 두 선수의 기를 살려준 것도 손흥민이었습니다.

존슨과 베르흐바인은 영입 직후 연이어 문전 앞에서 홈런을 때리며 실패한 영입이라며 각종 언론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경기에서 손흥민은 유독 이 두 선수를 향해 패스를 양보해 주는 모습을 보여줬고, 결정적인 찬스에서 계속 공을 떠밀어 주자 결국 이들도 점차 골을 기록하며 자신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는데요. 당장 이번 빌라전에서 존슨과 베르흐바인의 골을 모두 어시스트한 것이 손흥민이었습니다. 두 번째 골 장면 때 손흥민은 쿨루셉스키에게 패스 혹은 자신이 직접 슈팅을 시도할 수도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존슨 쪽으로 공을 건네주며 골을 만들어 내 다시 한번 자신감을 살려줬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 골 장면에서는 드리블로 측면을 혼자 다 돌파해 들어가더니, 중앙 쪽의 베르흐바인에게 발에 딱 달라붙는 정교한 패스를 연결하며 경기가 끝나기 직전 베르흐바인에게도 골 맛을 맛보게 하는 데 성공하였는데요. 그리고 베르흐바인이 골을 넣자 손흥민이 보여준 행동은 다시 한번 주장으로서의 성품을 느끼게 해 줬습니다.

손흥민은 베르흐바인의 등을 관중 쪽으로 떠밀면서 원정 팬들의 응원과 함성을 한 몸에 받게 하며 베르흐바인의 자신감을 살려주려 한 것이었죠. 이는 과거에 손흥민이 히샬리송에게 했던 행동과 마찬가지였는데요. 히샬리송도 역대급 최악의 결정력으로 방출까지 고려되었을 만큼 부진에 빠져 있었고, 셰필드전 극적인 골을 넣으며 마침내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자 손흥민은 히샬리송을 관중 앞으로 보내며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편, 현지 팬들은 이 경기에서 따뜻한 모습으로 팀원들을 독려해 주는 주장 손흥민도 인상 깊었지만, 팀 동료의 안전을 위해 오히려 역으로 화를 낼 줄도 아는 강인한 주장의 모습은 더욱 감명을 받았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 선수들은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던 두 번의 장면이 있었습니다. 바로 비카리오 골키퍼가 머리를 밟혔던 장면, 그리고 우도기가 매클린의 더러운 태클로 십자인대가 나갈 뻔했던 장면인데요. 손흥민의 활약상으로 사실상 패색이 짙어진 빌라는 대놓고 더럽게 플레이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중국의 소림축구를 연상시킬 정도로 부상을 유발시키기 위한 태클들을 서슴지 않았는데요. 83분경 코너킥 과정에서 멀리 떨어진 공을 자니올로가 슈팅했고, 비카리오가 달려들며 선방을 해냈습니다. 하지만 자니올로는 이 과정에서 스터드로 비카리오의 머리를 짓밟아 버리는 위험한 행위를 저질렀는데요. 축구계에서 최근 머리 부상은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고, 골키퍼 스스로가 문제없다 하여도 심판이 머리 쪽에 부상이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경기장에서 내보내야 하는 게 최근의 규정입니다. 비카리오는 머리 쪽에 상처까지 입은 듯이 보였고, 이를 지켜본 토트넘의 의료진들은 교체를 암시하는 듯한 수신호를 벤치 쪽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카리오는 절대로 교체되고 싶지 않은지 교체를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러나 머리 부상이라는 건 선수 본인 스스로가 직접 판단을 내리기 힘든 부위이기 때문에, 그런 비카리오에게 만약의 상황이 발생할 것을 걱정한 손흥민은 비카리오에게 다가가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주장의 설득에도 비카리오는 출전 의지를 보이면서 예민하게 반응하며 교체를 거부하자 손흥민은 비카리오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이는 얼핏 보면 팀원들 간의 갈등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현지 팬들은 주장으로서 팀 동료의 부상 상태를 걱정하는 손흥민과 경기에 대한 승부욕을 보여주는 비카리오의 이런 다툼은 오히려 바람직한 갈등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어쨌거나 토트넘 의료진들은 계속 뛰어도 괜찮다는 OK 사인을 보냈고, 경기 후에 이 두 선수는 다시 사이좋게 승리를 축하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경기 중에 일어나는 사소한 다툼이야말로 현 토트넘 선수들의 위닝 멘탈리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현지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과 비카리오의 말다툼에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맥긴의 퇴장 장면에서 손흥민의 리더십은 또 다시 한번 빛났는데요. 우도기를 향해 들어온 맥긴의 태클은 누가 봐도 명백히 부상을 유발시키기 위해 들어온 것으로 다이렉트 레드카드는 물론이고 후속 조치로 추가 징계까지 이어져야 하는 끔찍한 행동이었습니다. 특히나 무릎 쪽이야말로 잘못 뒤틀리면 선수 생명에 엄청난 지장이 가는 십자인대 부위가 있는 곳이고, 우도기의 다리가 튼튼하지 않았다면 이 태클로 인해 1년 이상의 장기 부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토트넘 선수들도 알고 있었기에 메디슨과 로메로를 비롯한 선수들이 맥긴에게 달려들며 화를 냈던 것인데요. 이들은 부주장임에도 불구하고, 맥긴의 행동에 분노를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수준 낮고 저질스러운 태클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흥분하며 몸싸움이 일어나면 맥긴은 물론이고 토트넘 선수들까지 퇴장당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고, 특히나 로메로는 이미 과거에도 분을 삭이지 못해 여러 차례 퇴장 징계를 받으며 토트넘의 시즌 운영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으니 더욱 주의해야 하는 선수였습니다.

그렇기에 이때 손흥민이 선수들의 사이로 파고들며 가장 먼저 싸움을 말리고 나선 것인데요. 어차피 맥긴의 태클이 레드카드감이라는 것은 명백한 일이었고, 우도기도 정말 위험하긴 했지만 결국 부상 없이 끝났기 때문에 여기서 만약 더 화를 내다 퇴장이라도 발생하면 오히려 앞으로의 경기에서 손해를 보게 되는 건 토트넘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주장으로서 손흥민의 판단력이 또 다른 변수를 차단시켰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과 팬들은 손흥민은 공격수로서도 이타적이지만, 인간으로서 그리고 주장으로서도 가장 먼저 동료들과 팀을 위해 움직인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손흥민의 이러한 품성이 바로 남은 시즌에서 유럽 팬들이 토트넘의 건승을 기원하는 이유인데요. 곧바로 이어지는 Fulham 원정에서도 이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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