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현재 프리시즌 이벤트에서 축구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중입니다. 영국의 공영 매체인 BBC 스포츠는 최근 아시아를 중심으로 번져나가는 축구팀 응원 문화를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는데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래 축구팀들이 다른 대륙까지 날아가 친선전을 펼치는 경우는 얼마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장거리 이동으로 선수들의 몸만 상하는 데다 돈도 별로 되지 않아 구단에게 크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 팬들의 축구 관심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는데요. 그전에도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축구가 인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축구 열기는 유럽이나 남미가 더 뜨거웠죠. 아시아에서도 돈을 써 가면서까지 열광적으로 축구팀을 응원하는 아시아 국가는 인도나 중국 등뿐이라, 자신의 지역팀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 오만하고 거만한 가치관을 가진 현지 영국 팬들은 아시아에서 큰 팬층을 가진 맨유 같은 팀을 향해 “맨유 해외 팬덤의 80%는 중국인, 인도인, 중동인으로 이루어졌다”면서 조롱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이제 유럽 축구계에서 구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 아시아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현재는 유럽 현지보다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서 신경 써야 하는 거대한 축구 시장이 되었죠. 중국과 인도의 인구수만 합쳐서 28억입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팬들의 유럽 축구 관심도는 더욱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게다가 동아시아 지역에는 세계 강대국 위치에서 탑 10에 들어가는 한, 중, 일 3개의 국가가 밀집해 있으니 유럽 축구 구단들은 아시아 투어를 돌 때 이보다 더 편하게 이동 일정을 짤 수가 없죠. 최근 한국과 일본은 빅클럽들이 반드시 한 번씩은 꼭 들르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낙수 효과를 받아 동남아 국가들도 최근에는 해외 클럽들을 초청하고 있죠. 그러나 빅클럽들의 방문이 팬들에게 있어 항상 행복한 추억만 남겨다 줄 것 같으나 매번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마인드와 문화는 달라도 너무 다르고, TV에서 보던 선수들이 현실에서 보여주는 괴리감에 많은 팬들이 실망하기도 하죠. 특히나 이런 부분에서 가장 많은 말들이 나오는 것이 바로 팬 서비스 문화입니다. 당장 한국 팬들도 몇 년 전 상처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요. 메시와 함께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유벤투스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으나, 상암 경기장에서 출전을 거부하는 노쇼를 감행해 축구 영웅에서 국민 역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또 메시가 홍콩에서 열린 프리시즌에 불참해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죠. 이처럼 팬들을 아끼지 않는 유럽 축구팀들과 스타 플레이어들의 태도에 대해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 와도 실망하고 돌아가는 일이 허다한데요. BBC 스포츠는 매번 축구팀들이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때마다 논란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며, 그들은 팬들 덕분에 매년 100억이 넘는 연봉을 받지만 정작 팬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줄 모르고, 축구팀과 선수, 그리고 팬들과의 관계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가장 모범이 되는 팀과 선수로 토트넘과 손흥민을 뽑았는데요. 토트넘은 진정성 있는 팬 서비스 문화로 현재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사로잡으며 해외 팬층 확보에 가장 앞서 나가는 팀으로 평가받고 있죠. 토트넘이 이렇게 겸손한 자세로 팬들에게 다가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토트넘이 유럽 축구계에서 낮은 위치에 속해 있는 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중위권과 강등권 클럽들에 비하면 빅클럽이지만 아시아까지 해외 출장을 다닐 정도의 유명 클럽들 중에서는 역사도 부족하고 규모도 작은 클럽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오히려 그런 클럽이기에 토트넘은 해외 팬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쏟을 수 있는 것인데요. 일본에서 열린 프리시즌에서 목격한 팬들의 열광적인 분위기에 토트넘 선수단은 물론 외신들까지 깜짝 놀랐을 정도이죠. 일본처럼 조용한 나라에서 저렇게 열성적인 응원을 보여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들은 마치 유럽 현지 훌리건들처럼 지하철에서부터 노래를 부르며 경기장으로 들어왔고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토트넘의 응원가를 부르며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를 흉내 내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도 일본에는 다른 빅클럽들이 방문했었지만 이 정도의 분위기를 느껴보지는 못했다고 하죠. 결국 일본 팬들이 이렇게 열정적이었던 이유는 토트넘 선수단의 팬 서비스에 감동받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나 손흥민의 깍듯한 자세, “오히려 내가 연예인이 된 거 같고, 마치 손흥민이 사인을 받는 팬처럼 보였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인데요. 원래 따로 팬 서비스를 위한 일정을 만들지 않는 이상 보통 대부분의 선수들은 팬들을 지나쳐 방으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손을 한번 흔들어주거나 고개를 까딱거려 주기나 하면 다행일 정도이죠. 그러나 손흥민 선수는 첫 번째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그 수많은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면서 들어갔는데요. 가장 먼저 버스에 내렸지만 팬 서비스를 해주느라 경기장에는 가장 늦게 입장한 선수가 되어버렸을 정도이죠. 심지어 이러한 손흥민의 행동은 토트넘 선수단마저 감화시키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토트넘에서 히샬리송이나 포로, 사르 같은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팬 서비스가 좋지만 아닌 선수들도 많습니다. 특히나 메디슨 같은 경우는 영국 현지에서도 거만하고 뻣뻣한 태도로 많은 비난을 받았던 인물이죠. 하지만 이번 아시아 투어에서 메디슨은 굉장히 열성적으로 팬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게다가 이제야 토트넘 1군에 갓 데뷔한 신입생들도 공항에 들어설 때부터 떠날 때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며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줬을 정도이니, 손흥민 선수의 작은 행동이 토트넘 선수단의 문화, 나아가 유럽 구단들의 팬 서비스 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토트넘의 일본 트위터 팔로워 수는 이번 프리시즌 방문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어느덧 15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이것이 정말로 놀라운 수치인 것이 토트넘보다 빅클럽으로 평가받는 리버풀의 일본 계정이 12만, 첼시가 6만, 아스날이 4만입니다. 유럽이라면 몰라도 아시아 지역은 토트넘이 꽉 잡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게다가 날이 갈수록 스포츠 쪽에서 여성 팬들의 참여 비율이높아지면서 그만큼 여성 팬 문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토트넘은 특히나 여성 팬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구단입니다.
원래도 손흥민 덕분에 관중석 쪽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여성 팬들의 모습을 쉽게 구경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또 토트넘의 훈훈한 기운을 풍기는 미남 선수들이 대거 입단하자 이제는 완전히 아이돌 클럽이 되어버렸죠. 반 더 벤과 비카리오는 큰 키와 잘생긴 얼굴로 유럽 현지에서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또 토트넘에 출중한 외모를 가진 미소년 신입생 선수들이 들어오며 여성 팬들은 더욱 폭증했죠. 마노르 솔로몬과 애슐리 필립스는 기본적으로 재능도 뛰어나지만 외모로 인해 더욱 주목받는 유망주들이죠. 특히나 마노르 솔로몬은 영국 현지에서도 “마치 영화배우 같다”, “이 선수가 재능만 만개하면 데이비드 베컴 같은 슈퍼스타가 될 것이다”라며 잠재적인 상업성을 높게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아직 토트넘에서 공식 프로 경기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않은 선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국 입국 현장에서는 마노르 솔로몬의 유니폼을 입고 온 여성 팬들까지 보일 정도입니다.
참 재미있게도 토트넘은 갈수록 성적이 떨어지고 있는데, 오히려 돈은 더 잘 벌어오고 있는 상황인 건데요. 이번 프리시즌 일본과 한국에서 연속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로 인해 벌써 6천만 파운드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하죠. 이쯤 되면 토트넘은 축구 구단이 아니라 그냥 연예 기획사가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물론 이것을 보고 “여전히 축구는 못하는데 인기만 많아서는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도 나오기는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제 여기서 성적만 내기 시작한다면, 토트넘은 상업성도 동시에 지닌 유럽 최고의 메가 클럽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인데요. 그리고 어쨌거나 스쿼드 보강을 위해서 토트넘은 앞으로도 더 많은 이적료가 필요한 추세인데, 프리시즌만으로 TV 중계권료에 맞먹는 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니 적어도 토트넘이 과거 리즈 유나이티드처럼 쇠퇴하여 강등권 혹은 2부 리그 팀으로 돌아갈 일은 없다고 봐야 하는 겁니다.
토트넘은 과거나 지금이나 항상 조롱만 당하던 위치였지만, 현재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를 지닌 클럽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죠. 오히려 아시아 지역에서는 런던 라이벌인 아스날과 첼시보다도 더 돈을 잘 벌고 있으니 그들도 토트넘의 성장세에 서서히 위협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결국 현재 토트넘의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손흥민 선수인데요. 손흥민이 마치 구세주처럼 토트넘으로 내려와 중위권 클럽을 빅식스 클럽으로 탈바꿈시켰죠. 여기에 트로피도 없이 계속해서 팀을 위해 희생만 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순교자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팬들은 손흥민 선수가 고난 끝에 마침내 낙이 찾아오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한국 투어를 잘 마치고 돌아간 뒤 이번 시즌에는 무언가 우승컵을 하나라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