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 올림픽을 직접 뛰었던 기성용의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홍명보의 마지막 전성기 시절은 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2002년 당시 월드컵 4강 신화를 떠올릴 것입니다. 왜냐하면 선수로서의 홍명보와 감독으로서의 홍명보는 그 괴리감이 너무나도 심하고, 감독 생활 이후 오히려 선수 시절 쌓아온 이미지마저 모두 깎아먹고 있는 지경이니까요. 하지만 감독 홍명보에게도 짧았던, 그리고 화려했던 전성기가 존재합니다. 그것이 바로 2012년 런던 올림픽인데요. 여기서 우리 대표팀은 동메달이라는 신기록을 세웠고, 개최국 영국을 꺾고 또 한일전에서 승리하는 등 그야말로 서사시도 드라마틱했기 때문에 그 당시 월드컵 16강 진출에 맞먹을 정도로 전 국민들이 열광에 빠져있던 순간이었죠. 홍명보가 지금까지 감독직을 유지해 올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런던 올림픽에서의 성과 때문인데요.
그러나 정말 그가 보여준 성과라고는 이 올림픽 동메달 딱 하나일 뿐이고, 이 한 번의 업적으로 지금까지 10년을 울궈먹으면서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최근 홍명보가 대한민국 축구 팬들과 업계 동료들, 선후배들의 뒤통수를 모두 때리고 정몽규에 붙어먹으면서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자처하자 그동안 숨겨져 있었던 홍명보 감독의 치부와 비열한 행적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감독 부임 전까지만 해도 동료들과 사이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기 때문에 홍명보의 부끄러운 흑역사들을 굳이 끄집어내려 들지 않은 것이지만, 이제 완전 남남이 되어버렸고 국민 역적이 된 상황이니 전례 없는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2012년 손흥민은 함부르크에서 본격적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었고, 한국 축구계에서는 손흥민이 5년 후 1억 파운드의 가치를 지닌 선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선수의 재능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워야 할 소중한 20대 시기 2년을 군대로 빠진다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기에 많은 팬들은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 손흥민이 올림픽 엔트리에 포함될 것이라 내다봤고, 실제로 실력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홍명보는 그 당시 경기력 부진으로 벤치만 달구고 있던 박주영을 데려갔고, 이 선택은 지금까지도 홍명보가 인맥 축구, 의리 축구라고 욕먹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손흥민은 그 이후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하며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 병역 혜택을 받기는 했지만, 이 대회 전까지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의 군 문제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었고,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정말로 손흥민은 지금 이 시점 군대에서 18개월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런던 올림픽 때 홍명보가 손흥민을 데려가기만 했다면 이런 걱정을 조금 더 빨리 덜어낼 수 있었을 텐데요.
자신을 엔트리에서 제외시킨 선수들의 홍명보를 향한 분노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볼 수 있으나, 놀랍게도 그 당시 홍명보와 함께 런던 올림픽에 승선했던 인물들 중에서도 홍명보에게 불만을 갖고 있었던 선수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내 자식, 내 동생 챙기겠답시고 인맥 축구 하면서 자신과 친한 선수들만 데려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니 홍명보는 대체 뭐 하는 감독인 걸까요? 히딩크와 가까웠던 인사들을 자신의 사단으로 끌어들여 히딩크의 선수 훈련 방식과 체력 훈련 시스템을 그대로 벤치마킹했는데요. 그러나 히딩크는 체계적인 분석 데이터를 활용하여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한 뒤 1명 1명마다 그 선수에게 적합한 훈련 방식을 개별적으로 설정해 줬습니다.
애초에 신장도 다르고 근육량도 다르고 포지션마다 활동량도 스프린트 횟수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같은 시스템을 선수단 전체에게 적용한다면, 그것은 비효율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홍명보는 국가대표팀 감독 당시 굉장히 무식한 방법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고 합니다. 한 선수 출신 인물의 증언에 의하면 “홍명보 감독님은 굉장히 엄격한 방식으로 우리들을 지도했다. 하루 훈련 중 슈팅이나 경합 움직임이나 전술에 대하여 배우는 시간은 별로 없었다. 거의 80% 정도 되는 시간을 하루 종일 뛰어다니기만 했다. 홍 감독은 축구에 있어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은 체력이라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의 지구력과 활동량 증진에 엄청난 집착을 보였다. 나도 스포츠에서 체력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훈련 방식은 체력을 키우기는커녕 선수들을 더 지치게만 만들었다. 외국 코치들은 루틴을 짤 때 절반의 시간은 훈련에, 나머지 절반은 그 이후 휴식 시간에 할애한다. 왜냐하면 몸을 만드는 데 있어 웨이트 트레이닝보다 휴식을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감독의 훈련을 받고 나면 우리는 기진맥진하여 호텔로 돌아가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곧바로 또다시 지옥 훈련이 시작됐다. 이래서야 지친 근육이 휴식을 취하고 성장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홍명보는 히딩크의 훈련 시스템을 수박 겉핥기 마냥 흉내만 내고 있을 뿐 실질적인 피트니스 코칭 능력과 그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협회 측에서도 이런 대표팀의 모습을 보고 체력 코치를 따로 두자며 홍명보에게 건의했다는 말까지 떠돌 정도였는데, 홍명보는 기어코 체력 훈련만은 자신이 직접 담당하고 싶다며 고집을 부렸다고 전해집니다.
게다가 그 당시 런던 올림픽에는 자기주장이 강한 선수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런 고집불통 홍명보의 모습을 보며 숱한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는 이야기죠. 구자철도, 정성룡도, 남태희도 굉장히 소신 발언을 자주 하는 선수들이지만, 이들 중에서도 가장 거침없이 자기 의견을 표출했던 건 기성용이라 할 수 있는데요. 기성용은 한때 국가대표에서 최강희와 여러 차례 충돌한 적이 있었고, 자신의 트위터에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며 의미심장한 글을 적어 한 차례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죠. 또한 6월 19일 대표팀이 이란에게 패배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사진 한 장도 이슈였는데, 왼쪽 모자에는 알파벳 M이, 오른쪽 모자에는 알파벳 B가 적혀 있어 최강희를 저격함과 동시에 사실상 홍명보의 대표팀 부임을 원하는 중의적인 연출이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분석이었죠. 물론 기성용은 이후 이 사진은 단지 친구들과 여행 가서 찍은 것이며 다들 상상력이 풍부하다며 웃어넘겼습니다.
이처럼 홍명보 부임 전부터 선수단과 감독 사이에 충돌이 숱하게 일어나기도 했는데, 월드컵을 역대 최악의 졸전으로 말아먹은 홍명보가 선수들에게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는 눈에 훤히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 때문일까요? 홍명보는 월드컵 패배 직후 선수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안간힘을 다 썼습니다. 이미 팬들의 지지조차 잃어버렸는데 선수들마저 등을 돌린다면 확실하게 감독직 자리가 날아가 버릴 것이라는 판단이었죠. 홍명보는 선수들을 불러다 거하게 한 상을 차리며 술자리를 벌였고 또 그 이후 이과수 폭포에 데려가 관광을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홍명보 감독 생활 최대의 오점으로 남게 되었는데요. 월드컵 탈락 이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는 못할망정 술판을 벌였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곱게 보일 리가 없으며, 심지어 여자를 함께 끼고 술을 마시는 장면이 포착되어 “이것이 룸살롱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반응입니다. 게다가 전 국민을 상대로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 것은 단연코 최악이었는데요.
이과수 폭포 일정을 취소했다고 말하더니, 정작 그 후 이과수 폭포 앞에서 적나라하게 찍힌 홍명보호의 사진이 유출되었던 것이죠. 여러모로 홍명보라는 인물의 존재는 한국 축구계에 깊게 뿌리박힌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80년대와 90년대 한국 축구계는 내부부터 썩어있었고, 협회가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선발 명단에 직접 개입하기까지 하며 특정 지역 출신, 특정 대학 출신, 협회 측 친한 동료 후배 축구선수들을 대표팀에 억지로 발탁시켰다는 소문까지 있었죠. 그야말로 학연과 지연, 혈연으로 똘똘 뭉쳐 재능 있는 선수들은 한국 축구계에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악습을 철폐시킨 것이 바로 히딩크라는 존재였는데요. 사사건건 선수 선발에 간섭하는 축구협회를 보고 히딩크는 “이럴 거면 나를 왜 감독으로 불렀나, 선수 선발은 나의 권한이다. 모든 월드컵 선수 명단 발표는 내가 직접 한다”며 고함을 쳤다고 합니다.
심지어 협회 측은 히딩크가 독단적으로 선수진을 구성하려는 것을 눈치채자 긴급 회의를 소집하며 또 뒤에서 수작질을 부리고자 했고, 이들의 생각을 읽고 있던 히딩크는 공식 기자회견을 예정보다 1시간 더 빨리 앞당겨 언론에 선발 라인업을 터뜨리기도 했는데요. 만약 히딩크가 아니었다면 축구계에서 특별한 연줄이 없었던 박지성은 다른 선수들처럼 빛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후 히딩크의 지도를 받은 박지성은 동기들과 함께 한국 스포츠에 만연한 서열 문화와 군대식 문화를 없애고자 앞장서기도 했죠. 하지만 정작 같이 2002년 월드컵을 뛰었던 홍명보는 히딩크가 철폐시킨 수십 년 전의 악습을 부활시키고 있는 것인데요. 한국 축구계를 위해서, 또 재능 있는 선수들을 위해서 홍명보와 축협은 한시라도 빨리 몰아내야 할 존재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