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는 정말 비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4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대참사를 당하고도 다른 곳에서 감독직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음주운전 후 회식에 전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치고도 그는 여전히 2002 레전드 멤버로 평가받으며 국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죠. 그 이후로 감독으로서 이렇다 할 업적을 이루어내지 못했음에도 다시 한번 한국 대표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능력은 없는데 천운이 따르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그는 마치 기가 막히게 나락을 회피하는 위기탐지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외국인 코치를 찾겠다며 해외로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미란 차관이 문체부를 이끌고 축구협회에 들이닥친 것이죠. 문체부는 바로 얼마 전 축구협회 조사 과정에서 부정할 수 없는 증거와 문제점들이 발견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곧바로 공식 감사에 들어설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는데요. 이것은 축협과 정몽규 회장 입장에서 가장 바라지 않던 외부 개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박주호를 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더니, 불과 얼마 전 공식적인 법적 대응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그것은 물론 국가기관이 개입할수록 자신들에게 불리해지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축협과 그 관계자들은 뒤에서 중상모략을 꾸미며 암암리에 대한민국 축구계를 주무르려 했습니다. 그들이 남들 모르게 저지른 행위와 증거들이 공개적으로 밖으로 끄집어내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축구협회에게 있어 궤멸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라 볼 수 있죠. 최근 안정환과 김남일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20년 전 축구협회 암투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그들은 본프레레가 감독으로 있던 시절 마치 국가대표의 감독이 2명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본프레레를 어떻게든 몰아내고 자기가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충격적인 내부 고발이 이어졌는데요. 그 당시 국가대표를 지냈던 선수들이 하나같이 공감했던 내용은 축구협회가 외국인 감독에 대하여 굉장히 고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는 겁니다.

히딩크에 이어 본프레레와 아드보카트가 2000년대 한국 대표팀을 지휘하고는 했는데 물론 이 중에서 아드보카트와 본프레레는 히딩크에 비하면 감독 커리어가 떨어지는 인물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국내 감독들에 비하면 선수나 코치나 훨씬 더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죠. 심지어 그 당시 국내 지도자들의 인재풀은 지금보다도 훨씬 처참했는데요. 지금이야 한국 축구 시스템이 발전을 거치면서 신태용과 김판곤 같이 전술적 역량을 가진 데다 해외에서 능력을 증명하고 있는 감독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국내에서 코치로서 고평가를 받는 인물은 박항서 정도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죠.
심지어 지금도 홍명보 감독 이후 인맥 축구로 인한 학연, 지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그보다 더 십수 년 전인 2000년대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기에 축구협회는 일단 팬들의 요구 아래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고는 하지만 눈을 부릅뜨고 이들이 실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나름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굉장히 가혹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성적이 잘 안 나오기 시작하면 곧바로 외국인 감독을 경질시켜버린 뒤 자신들이 원하는 국내 감독을 앉힌 것인데요. 당장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끈 벤투 감독만 하더라도 부임 이전까지 축협 내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굉장히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행정과 커리어를 걸면서까지 벤투의 선임을 강력 추진한 것이 바로 김판곤이었는데요. 축구협회는 바로 직전 중국 무대에서의 커리어만 보고 벤투를 판단해 그를 실패자로 여겼지만 김판곤 위원장은 “감독 생활 내내 커리어에 스크래치 1번도 없는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인물은 단 1명도 없다. 심지어 히딩크 감독마저 항상 성공적인 길을 걷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떠한 흠결도 없는 데다 유럽에서 널리 알려진 명장이 한국에 와서 4년간 일할 이유도 없다. 현실을 직시해라”라고 일갈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 꽉 막히고 보수적이었던 협회 쪽 인사들에 비하면 김판곤 위원장은 가장 열린 생각을 가지고 미래를 내다보는 인물이었는데요.
그러나 참 어이없는 것이 김판곤은 이전까지 국내 축구계에서는 약간 겉도는 외톨이 신세였습니다. 다른 인물들처럼 선수 시절 커리어가 화려하지 못해 은근히 협회 내부에서 무시당하기도 하였었죠. 김판곤은 “국내에서 그 누구도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홍콩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던 나를 불러줬다. 한국에서는 선수 시절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었다면 존중받지 못한다. 어디 출신이었냐, 대표팀 경력이 있느냐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능력 있는 지도자들은 한국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축협은 다시 한번 홍명보를 감독으로 앉히며 이 김판곤의 발언을 몸소 다시 증명하고 있는데요.

그들은 한국 축구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대표팀을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말 잘 듣고 꼭두각시 노릇을 해주어야 하는 국내 감독을 기를 쓰고 앉히려고 드는 것인데요. 그러나 축협은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모든 정식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불법으로 이를 진행하여 마침내 꼬리가 잡히고야 만 것이죠. 전문가는 사실상 이번 사안이 채용 비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는데요.
그러자 정치권에서도 이 사건을 물기 시작했고, 이제는 문체부와 그 차관 장미란까지 나섰습니다. 전설적인 역도 선수에서 역대 최연소 차관으로 임명된 장미란은 선수 시절에 이어 이제는 행정가로서도 전설을 쓰려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축협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고 이번에 정말 정치계는 물론이고 전국이 주목하고 있는 대형 사건을 맡게 된 것이죠. 하지만 장미란은 처음부터 이렇게 고압적인 자세로 축협을 대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오히려 문체부가 처음 축협을 조사하기 시작했을 당시 장미란은 굉장히 부드러운 태도로 접근했는데요.

어쨌거나 두 기관은 앞으로도 계속 협력을 해야 하는 사이이고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도록 좋게좋게 수사에 협조하자는 스탠스였죠. 그러나 축협은 뭐가 켕겼는지 굉장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FIFA 정관 제14조 1항 ‘회원협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제3자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월드컵 진출이 좌절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선수들을 인질로 잡은 데다 전 국민을 상대로 위협하기까지 했죠.
그러나 축협이 들먹인 조항은 지금까지 적용된 사례도 얼마 없었고 2015년 당시 쿠웨이트 정부가 스포츠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협회 주요 임원을 해임하거나 임명할 수 있게 하고 심지어 재정까지 통제하려 했기 때문에 국제대회 징계를 받은 것인데 지금 한국의 사례와 쿠웨이트의 사례는 전혀 다를뿐더러, 애초에 그들이 독립적인 운영을 들먹일 자격이나 있는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