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는 일본 축구 팬들에게 질투와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었는데요. 그동안 일본 언론들은 아시아 넘버원 스타 플레이어를 시기하여 시도 때도 없이 음해하는 기사들을 자주 쓰고는 했죠. 그러나 손흥민이 직접 일본에 방문한다 하니 그들도 결국 본심을 숨길 수는 없었나 봅니다.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단이 입국한 도쿄 나리타 공항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들어 언론들마저 당황할 정도였는데요. 맨체스터 시티도, 뮌헨도, 파리 생제르맹이 방문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당장 전 시즌 파리 생제르맹 방일 당시 네이마르와 이강인의 현지 일본 인기가 엄청났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사실 PSG는 네이마르 말고도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클럽이죠. 그러나 토트넘에는 딱히 내세울 만한 선수가 없습니다.
제임스 메디슨은 자신이 인기 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영국을 벗어나면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죠. 그러나 손흥민만큼은 유럽 그 어떤 스타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상업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당장 지난 태국 방문 당시 손흥민을 보기 위해 태국 팬들이 미어터질 정도로 몰려 들어와 공항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까지였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 있었던 호주에서 열린 프리시즌 경기에서는 경기가 열리는 멜버른 크리켓 스타디움이 난생처음으로 전석 매진되었다고 전해졌죠. 일본 언론은 그 조용하던 일본 팬들을 이렇게 열성적으로 만드는 스포츠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에 이어 손흥민이 유일하다며 손흥민이 왜 이렇게 유독 아시아 지역에서 말도 안 되는 인기를 구가하는지를 분석했는데요. 그들은 가장 첫 번째 요소로 손흥민의 팬 서비스를 꼽았습니다. 팬들은 선수가 손 한 번 흔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을 간직하게 되고 그 선수에 매료되어 소속 구단까지 평생을 함께 응원하게 되기도 하죠.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팬 서비스는 선수들의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는데요. 그러나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유럽 축구 팬들의 팬 서비스는 그리 썩 좋지 않은 편입니다. 버스 앞에서 줄을 서고 기다려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버리는 선수들도 많고, 안 된다고 고개라도 한 번 젓어주기라도 하면 다행일 정도이죠. 과거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는 자신을 보기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소녀 팬을 눈앞에서 보고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고, 그 소녀는 곧바로 눈물을 쏟았고 옆에 함께 있던 아버지가 딸을 위로해주며 동시에 그리즈만을 비롯한 축구 선수들의 태도를 비판해 유럽 현지에서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리즈만은 과거 플레이스테이션을 수리하러 온 일본 기사를 향해 인종차별을 하여 그의 밑바닥 인성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바로 작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한국에 내한했을 때에는 그리즈만을 비롯한 아틀레티코 선수들의 팬 서비스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는 겁니다. 이 모습을 보고 “그리즈만이 일본이 싫어서?”, “예전 인종차별 사건을 의식한 퍼포먼스다” 같은 반응이 나왔지만, 사실 선수들의 팬 서비스라는 것이 그때그때마다 상황과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래서 어떤 팬들은 선수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어떤 팬들은 또 크게 감명받기도 하죠. 하지만 손흥민은 전 세계 선수들 중 가장 팬 서비스가 일관성이 있는 인물일 겁니다. 그 어떤 나라를 방문하든 팬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고 단 한 명의 팬도 무시하는 일이 없는데요. 예를 들어 지난 월드컵 예선 대한민국과 싱가포르의 경기에서 한국은 싱가포르를 무려 7골을 집어넣으며 승리했습니다. 보통 이 정도 스코어가 나오면 홈 팬들은 집으로 돌아가 버리기 마련이죠. 그러나 싱가포르 관중들은 손흥민의 팬 서비스를 보기 위해 마지막까지 자리에 남아 있던 것인데요.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하고 경기가 끝날 때마다 손흥민 선수가 경기장을 한 바퀴 크게 돌며 홈 팬, 원정 팬 가릴 것 없이 인사를 건네는 것은 거의 약속된 이벤트로 자리 잡았고, 손흥민의 얼굴을 눈앞에서 보고 싶었던 동남아 팬들은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팬 서비스가 없었죠. 또한 손흥민은 유럽에서 가장 겸손하고 프로다운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남미 축구 선수들이 약간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하나, 그렇다고 해서 해외 축구 팬들이 겸손한 선수보다 오만한 선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요. 손흥민의 품격 있는 행동 하나하나는 유럽 축구 팬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고, 아시아 선수들 중에서도 인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선수는 그 어디에도 있는 법인데 오히려 손흥민 선수의 이미지 덕분에 유럽 축구계에서는 아시아 선수들은 전부 성실하고 프로페셔널하다는 고정관념이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손흥민은 그야말로 아시아 국가들에게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요소들만 가지고 있는데, 일본 언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엄청난 인기를 끄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사실 손흥민이야말로 일본 축구계가 가장 꿈꿔오고 바라왔던 선수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일본에도 많은 해외파 선수들이 활약을 해 왔고, 또 그중에는 나름 일시적이지만 탑 클래스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수도 있었습니다. 일본 언론은 그들을 손흥민과 박지성의 대항마로 내세웠지만, 빅클럽에 가자마자 급격하게 본 실력이 드러나 결국 중위권 클럽의 에이스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력 차이보다도 일본 축구계가 손흥민을 선망하는 이유는 바로 플레이 스타일의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유명 일본 축구 선수라고 하면 나카타 히데토시, 나카무라 슌스케, 혼다 케이스케, 카가와 신지, 미토마 카오루 등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공은 예쁘게 차지만 신체 능력에서 한계점을 드러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중앙이나 측면 지역에서 부드럽게 공을 지켜낸 다음 최전방으로 전달하는 것은 가능하나, 손흥민이나 홀란드, 살라처럼 무지막지한 스피드로 밀고 들어가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꽂아 넣는 선수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없었습니다. 미래에도 불확실합니다. 지금도 리버풀에서 엔도 와타루가 뛰고 있지만, 이 선수도 주전급은 못 되는 선수이고 무엇보다 중앙 지역에서의 경합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아스널의 토미야스 타케히로는 키만 크고 덩치값을 못하는 데다가 무엇보다 유리몸입니다. 일본 축구계는 유럽 거구의 센터백들을 힘과 스피드로 박살 내는 화려한 공격수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아무리 용을 써봐도 그런 선수를 길러내지 못했지만, 바로 옆 나라인 한국에서는 손흥민이라는 월드클래스가 툭 하고 튀어나왔습니다. 일본 축구 언론은 손흥민을 소개할 때 프리미어리그 첫 아시아인 득점왕이라고 표현하고는 합니다. 그만큼 이 득점왕이라는 업적은 아시아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이고 그들에게 있어서는 경외의 대상이었습니다.
일본 축구 팬들과 언론들은 지금까지 있는 힘껏 한국 축구를 부정해 왔었지만, 그들도 전부 속으로는 내심 ‘손흥민 같은 공격수가 일본 축구계에 있었다면’ 하고 바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생각해 봤을 때 손흥민의 입국과 동시에 엄청난 인파의 환영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 축구계 입장에서 이것은 약간 굴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한때 손흥민의 대항마로 내세웠던 미토마 카오루도 최근 브라이튼의 일본 프리시즌 일정과 함께 일본에 방문했는데, 공항에 브라이튼과 미토마 카오루를 맞이하러 나온 팬들이 아예 없다시피 텅텅 비어있어 미토마 카오루의 존재로 인해 일본 팬들의 성대한 환영식을 기대했던 브라이튼 선수들마저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일 정도였습니다.
한때 ‘아시아 넘버원 윙포워드’라며 내세우더니, 정작 자국 축구 선수임에도 일본 팬들에게 관심조차 받지 못했고, 평소에 일본 언론이 그렇게 음해하던 손흥민을 보기 위해 공항이 미어터질 정도로 일본인들이 몰려갔으니 이 눈에 보일 정도의 압도적인 인기 격차에 일본 축구계는 굴욕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친선전을 계획한 주최 측은 벌써부터 싱글벙글한 상황입니다. 손흥민의 인기를 직접 실감했으니 이제 앞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일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진작에 모든 티켓이 전석 매진되어 있는 상황이고 각종 굿즈 판매나 광고비 등등을 합치면 주최 측이 토트넘에게 지불하는 계약금 천만 파운드(180억 상당)의 돈보다도 더 많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애초에 지금까지 일본에 방문한 클럽들만 바르셀로나, 맨시티 같은 초 메가 클럽들인데, 주최 측이 그들을 제쳐두고 굳이 토트넘을 초청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토트넘은 벌써 이번 프리시즌부터 손흥민 덕택에 200억 상당의 수익을 올리고 들어가게 되었습니다.정말 손흥민 하나가 구단 전체를 먹여 살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손흥민 덕택에 벌어들인 수익만 수천억을 가볍게 넘어설 것 같은데, 이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19만 파운드라는 저렴한 박봉으로 손흥민을 부려먹고 있으니 토트넘은 정말 양심이라는 게 없는 구단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