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굉장히 특별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자님들 질문에 부합할지는 모르겠으나, 저에게는 최소한 그렇습니다. 한국 축구는 현재 굉장히 좋은 선수들을 역사상 가장 많이 보유했고, 월드컵 8강 이상을 오를 정도로 상당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에 한국 대표팀 감독 선출은 매우 신중해야 하며, 당장의 월드컵만 생각하며 감독을 선출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고, 처음에는 평가전에서 5대 0의 스코어로 패배를 할 만큼 어려운 과정을 겪었습니다. 한국은 그런 실패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명보는 분명 좋은 선수였고 감독으로서 자질을 갖추고 있지만, 한국 대표팀에 선임되는 것은 아예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충분한 과정이 있어야 했고, 그런 과정에 충분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시간으로 29일, 과거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이 급히 내한했고, 이것은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여러 마케팅 업체에서 히딩크 감독을 초청한 상황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드러냈고, 현재 뒤숭숭한 분위기에 대해 소신 발언을 이어갔는데, 히딩크 감독이 가장 우려스럽게 말한 부분은 모두의 예상대로 감독 선임에 대한 부분이었고, 대한축구협회에서 아무런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해버린 선택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이것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절대적으로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결정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이 발전하는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는 선택을 해버린 것은 모두가 인내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2002년 때도 모두가 월드컵이라는 목표를 향해 인내심을 갖고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지켜줬기 때문에 그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인데, 지금의 한국 축구는 결과 중심주의로 인해 너무나도 급한 결정을 성급하게 내려버렸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성공적으로 16강에 올라갔던 파울루 벤투 감독을 허무하게 잘라버리면서 벤투 감독이 4년 동안 힘들게 장착시켜 놓은 점유율 축구를 한순간에 박살 내 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이것을 검증되지 않은 클린스만 감독을 아무 과정 없이 선택해버리면서 아시안컵에서 실패를 하게 되었는데, 대한축구협회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으로 인해 막대한 위약금을 지불하면서도 거기서 교훈을 얻지 못했고, 이번에도 어떠한 과정 없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홍명보 감독과 관련된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제부터 홍명보 감독과 관련된 여러 외신 보도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홍명보 감독이 부임 3주 만에 첫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홍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울산 현대 팬들과 K리그 팬들을 향해 “저의 선택이 실망감을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이어 “팬들로부터 용서받는 방법은 축구 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것”이라며 “부채감과 책임감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라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는 지난 5일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 총괄 이사와 한국 축구 기술 철학,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계성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눈 뒤 사령탑 제안 수락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감독은 그간의 발자취를 근거로 내세워 자신이 한국 축구 발전을 이끌 대표팀 감독의 적임자라고 설명했습니다.
홍 감독은 “나는 연령별 대표팀 감독 경험도 있고,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행정적 경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 및 유소년 발굴이 한국 축구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지 배워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 축구의 풀뿌리인 K리그와 동반 성장하는 대표팀을 꾸려나가고, 젊은 유망주 발굴에도 적극 나서겠다. A대표팀이 선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K리그와 유소년 시스템이 긍정적 상호 작용을 만들어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그는 “선수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지켜야 할 선을 명확히 하겠다”며 “많은 위험은 소통의 부재에서 온다.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겠다. 선수들 역시 변화를 원하면 받아들이겠다. 선수들은 권한에 대한 책임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에 대해서는 “우리가 볼을 소유하면서 경기를 주도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계획과 전략을 맞추겠다. 볼 소유는 전진성과 과감성을 더해야 한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볼 소유가 돼야 한다. 상대의 역습에 확고히 대비하고 수비 시간은 짧게 가져가겠다”고 밝혔습니다.
10년 전 실패한 홍명보 감독과 지금의 홍명보 감독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당시에는 K리그에서 단편적인 선수들만 뽑다 보니 정말로 팀에서 역할을 해주고 이름값은 없어도 팀에 헌신할 선수를 몰랐다. 지금은 K리그에서 3년 반 동안 있었고, 각 팀의 주요 선수들을 비롯해 그들을 대체할 선수들의 명단도 갖고 있다. 팀에 헌신할 선수, 경기를 바꿀 선수들의 이름이 머릿속에 있다는 게 10년 전과는 아주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북중미 월드컵 목표 성적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이 16강이다. 그보다 좋은 성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 선임 직후 외국인 코칭 스태프 선임을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올라 손흥민, 김민재 등 대표팀의 주요 유럽파 선수들과 면담하기도 했다. 홍 감독은 “많은 우려와 비판 속에서 출발하게 된 마음이 무겁다. 지금 비판들은 우리가 감수하면서 나아가야 할 것들이다. 이런 마음들을 우리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항상 겸손하게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과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에 대해서는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한국 축구가 진전하는 데 주어진 역할을 다 하겠다”며 “대표팀은 성적으로 표현되는 결과와 장기적인 발전 체계의 확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곧바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 감독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잇따랐다. 한 커뮤니티의 글 작성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의 발언에 대해 “이게 뭔 소리냐. 울산 팬들과 K리그를 대신해 죄송하다면서 왜 국가대표 감독을 하는 것이 이를 용서받는 방법이라는 것이냐”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누리꾼들은 “대한민국 축구 팬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죄는 당신의 사퇴”, “축구협회는 진짜 국민들을 바보로 보는구나. 사고 친 연예인들이 좋은 음악, 연기로 보답하겠다고 하는 꼴임”, “상처 입은 울산 팬 마음에 소금 뿌리는 소리”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심사 기준 충족에 따라 해당 청원은 국회에서 공식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와 함께 축협을 겨냥한 정치권 공세 수위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7일 청원인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린 ‘대한축구협회 감사 및 해체 요청’에 관한 청원은 29일 오전 현재 5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회는 30일간 5만 명 이상 국민 동의를 얻은 사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하는 청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축협 감사 및 해체 요구’ 청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담당이다.
같은 날에는 정몽규 회장 사퇴에 관한 청원도 시작됐다. 1만 2천여 명의 동의가 이뤄진 이 청원은 졸속 행정 및 투명하지 못한 협회 운영, 국민을 기만한 대표팀 감독 내정 등을 이유로 정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미 정치권도 정 회장의 거취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문체위 소속 양이원영,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협회를 사유재산인 양 움켜쥐고 끝까지 협회를 장악한 정몽규 회장이 뽑은 국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작태는 축구 팬들의 인내심을 한계 상황까지 몰아넣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 4월에는 홍준표 대구시장도 한목소리를 냈다. 정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문체부는 홍 감독 선임 파문에 관한 감사를 확정했다. 장미란 문체부 2차관은 지난 18일 국회를 방문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에 대해 상의했다. 장 차관은 취재진과 만나 “아는 분이 축구협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감사를 통해 국민들의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